Life
고등학생 때 스스로 물었다. “왜 사는 걸까?” 나는 답하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어렸을 때는 생각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고 삶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산송장처럼 그저 살아있었을 때 나의 하루는 울다 지쳐 잠드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방 안에서 울던 어느 날 과호흡이 온 건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든 생각은 “살고 싶다”라는 생각 단 하나였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 거지?” 처음으로 화가 났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확실한 건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음악과 영화가 없었다면 난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난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는 삶’,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문화예술 분야에 뜻을 가지고 전기, 축제, 공연, 음향 등 꿈을 좇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일을 실제로 했을 때 그 일을 좋아할 수 없었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고 낙심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다시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시작은 꿈을 찾기 위한 고민에 불과했지만 지난 삶을 돌아보며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의 첫 번째 의미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삶의 의미는 생존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이제 더는 뒤를 돌아볼 필요 없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Standard
생존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관심 없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진로를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삼성 SW 아카데미다. 참여는 못 했지만 개발, 프로젝트 기반의 자기 주도형 학습 등 IT 관련 키워드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중 개발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FAAI라는 의류 생산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능동적인 움직임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내가 꽂힌 것은 사업의 핵심 기술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영상에 비쳤던 애플리케이션 화면이다. IT 기술이 없었다면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실현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성격상 다짜고짜 뛰어들 수는 없었다. 나와 맞는 일인지 따져봐야 했다.
난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별의별 일을 경험해보았다. 정확히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것은 ‘하고 싶은 일의 기준’이다. 내가 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몰입할 수 있는 일, 성취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 간단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일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는 만족할 수 없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생활코딩이라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개발에 대입해봤다. 코딩을 해보니 강의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인터넷을 뒤져야 했다. 나는 이 과정이 게임처럼 흥미롭게 느껴졌다. 목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식과 실력을 쌓고 수없이 트라이하는 과정,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몰입할 수밖에 없는 과정, 그렇게 문제를 해결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과정.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게 일이 된다면? 일이어도 재밌지 않을까? 더는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Curiosity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호기심이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이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성향은 삶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서로 다른 많은 일을 하게 된 것은 ‘해본 적 없는 일’을 하겠다는 기준 때문이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가본 적 없는 길’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만족할 수밖에 없다.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 베스트 메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게임을 해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다수의 ‘해본 적 없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창작’을 기반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개발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역시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다.
나는 낯섦이 주는 불편함과 그에 대한 어떤 두려움보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분명 의도적인 선택으로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일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하기 전에 느껴지는 기대와 설렘이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해본 적 없는 일을 경험해왔던 것이다. 당장 이 글을 적으면서도 코드스테이츠와 개발, 그리고 취업까지 생각하면 솔직히 부담감이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하루빨리 경험하고 싶다는 기대와 설렘 역시 크게 느껴진다. 앞으로 코딩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들이 더 많을 텐데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성향은 분명 강점이 될 것이다.
Faith
음향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앞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29살이라는 나이에 6개월이라는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어쩌면 생존을 위한 일을 하며 묵묵히 주어진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인생의 1/3 동안 해야 하는 일을 그저 돈만 보고 택한다는 것은 나로선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는 일로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답해야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이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부터가 쉽지 않았고,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 위한 고민 또한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왜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지. 예술을 좋아한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같은 맥락의 다른 일은 없는지. 세상엔 어떤 일이 존재하며 그 일로서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인생의 전부인 것 마냥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고민을 뭐 그렇게 오래 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생산적인 고민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했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괴로운 삶을 살았을 거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끝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Realization
나는 초심을 잃지 않는 개발자, 이상을 꿈꾸되 현실을 살아가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삶의 의미,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 나의 성향, 포기하지 않는 마음 등. 내가 말하는 것은 초심과 이상이다. 내가 말하는 이상이 실현된다면 나는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일을 하며 생존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몰입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을 발판으로 개발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추구하여 성취하고 성장하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초심은 초심일 뿐, 이상은 이상일뿐이다. 이상과는 무관하게 일은 현실이다. 나는 이상을 꿈꾸지만 이상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닌 이상을 실현하고 싶다.
일로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면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수다. 일을 맡고 제 몫을 해냈을 때 비로소 개발자로서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환경으로 코드스테이츠를 택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만의 학습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코드스테이츠 이후에도 자기 주도적 학습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역량을 기르기 위한, 일로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